대구 언어치료 센터 | 언어발달장애 아이에게 필요한 고유지능

아이의 언어발달을 돕다 보면 부모님들은 흔히 “우리 아이는 단어를 몇 개 말하나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나요?”, “또래보다 얼마나 늦은가요?”와 같은 부분을 먼저 살펴봅니다. 물론 어휘력, 문장이해력, 표현력, 발음과 같은 언어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실제 생활에서 잘 적응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답을 잘 찾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며,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고, 실패했을 때 다시 시도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능력을 앵거스 플레처는 ‘고유지능’이라고 설명합니다. 고유지능은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인간의 근원적인 능력을 의미합니다.

정답을 아는 것과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다릅니다

언어치료실에서 아이가 “친구가 장난감을 빼앗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돌려 달라고 말해요”라고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놀이터에서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면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는 질문의 정답을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상황에서 친구의 표정과 행동을 살피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적절한 말을 선택해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언어치료에서는 단어와 문장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가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장애아동에게 필요한 고유지능의 네 가지 능력

첫 번째는 직관입니다. 직관은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상황의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는 능력입니다. 친구가 갑자기 말수가 줄었거나, 놀이 분위기가 달라졌거나, 상대방이 불편한 표정을 짓는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알아차려야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상상력입니다. 상상력은 단순히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한 가지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말로 부탁하기 어렵다면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그림을 보여 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상상력이 발달하면 아이는 문제 상황에서 행동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감정입니다. 감정은 없애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현재 자신의 상태를 알려 주는 신호입니다. 아이가 화를 낸다면 단순히 버릇이 나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했거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화가 나요”, “무서워요”, “도와주세요”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문제행동 대신 언어로 자신의 상태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네 번째는 상식입니다. 여기에서 상식은 많은 지식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집에서 가능한 행동이 학교에서는 어려울 수 있고, 친한 사람에게 사용하는 말과 낯선 사람에게 사용하는 말은 달라야 합니다. 장애아동은 이러한 상황 차이를 자연스럽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보일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경험과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야기식 사고가 중요한 이유

고유지능의 네 가지 능력은 이야기식 사고를 통해 함께 발달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식 사고란 이야기를 잘 꾸며 말하는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며, 어떤 행동을 하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민수가 친구에게 인사했지만 친구가 대답하지 않았어요”라는 상황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다음과 같이 생각해 봅니다.

  • “친구는 왜 대답하지 않았을까?”
  • “민수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 “친구가 민수의 말을 못 들었을 수도 있을까?”
  • “민수는 다음에 어떻게 해 볼 수 있을까?”

아이는 이러한 대화를 통해 한 가지 원인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친구가 자신을 싫어해서 대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 들었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인사하기, 가까이 가서 말하기, 잠시 기다리기와 같은 새로운 행동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언어치료는 아이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장애아동은 실패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는 말을 못해요”, “친구는 나를 싫어해요”, “어려운 것은 하지 않을래요”와 같은 고정된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때 치료사는 아이에게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기보다, 다른 가능성을 경험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 “말을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좋아하는 놀이에서는 긴 문장을 말하는 아이”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고집이 센 아이”가 아니라 “갑작스러운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친구와 놀지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친구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아직 충분히 배우지 못한 아이”로 새롭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이를 바라보는 이야기가 달라지면 치료 목표와 부모님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가정에서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부모님은 아이가 바로 정답을 말하도록 재촉하기보다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가 곧바로 해결해 주기보다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이나 일상 경험을 활용하여 등장인물의 마음과 행동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왜 그랬을까?”, “다르게 행동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너라면 어떻게 할까?”와 같은 질문은 아이가 여러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아이가 예상과 다른 행동을 했을 때 곧바로 잘못이라고 판단하기보다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작은 예외적 행동 속에 앞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유지능은 아이가 삶을 살아가는 힘입니다

언어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가 치료실에서 정답을 잘 말하게 하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아이가 실제 생활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새로운 방법을 찾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고유지능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닙니다. 언어발달지연,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아이 모두에게 필요한 생활의 힘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상황의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언어치료는 바로 그 힘을 말과 이야기, 놀이와 관계 속에서 길러 주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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