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알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가 질문에는 정확하게 대답하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배운 내용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림을 보고 상황에 맞는 행동은 잘 고르지만,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같은 문제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히 아이의 인지능력이 부족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행동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에게는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는 인지적 발달뿐 아니라, 이전의 경험을 기억하고 다음 상황에 활용하는 누적적 발달을 함께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조지프 헨릭의 『호모 사피엔스』가 말하는 인간의 특별한 능력
조지프 헨릭은 『호모 사피엔스』, 원제 『The Secret of Our Success』에서 인간이 성공한 가장 중요한 이유를 개인의 뛰어난 지능만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앞선 세대가 만든 지식과 기술을 배우며, 그것을 조금씩 수정해 다음 세대에 전달합니다. 불의 사용, 음식 조리, 사냥 도구, 식물에 관한 지식도 한 명의 천재가 한꺼번에 발명한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의 경험이 축적된 결과입니다. 헨릭은 이러한 집단적 학습과 문화의 축적이 인간을 특별하게 만든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진화의 원리는 아이의 인지 및 행동 발달에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 역시 매번 처음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배운 낱말과 행동, 성공과 실패, 부모와 교사의 설명을 바탕으로 다음 능력을 만들어 갑니다.
인지적 발달이란 무엇인가요?
인지적 발달은 아이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정신적 능력이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에는 주의집중, 기억, 비교, 분류, 원인과 결과 이해, 추론, 계획, 문제해결 등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친구가 사용하고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가 “빌려 달라고 말해야 해요”라고 대답한다면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은 것입니다. 이것은 인지적 이해가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인지적 발달은 쉽게 말해 생각할 수 있는 도구가 발달하는 것입니다.
누적적 발달이란 무엇인가요?
‘누적적 발달’은 통용되는 공식적인 용어가 아니라, 헨릭의 누적적 문화 개념을 이 글에 적용하기 위하여 저자가 임의로 사용한 용어입니다.
누적적 발달이란 아이가 이전의 경험을 기억하고, 그 경험에서 규칙을 찾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며, 결과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의 장난감을 갑자기 가져갔다가 다툼이 생겼다면 다음과 같은 발달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가 장난감을 가져갔다.”
“친구가 화를 냈다.”
“친구가 사용하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먼저 빌려 달라고 말해야 한다.”
“연필이나 책을 빌릴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하나의 경험을 원인과 결과로 정리하고 다른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야 경험이 발달의 자원이 됩니다. 누적적 문화 학습에는 관찰, 모방, 참여, 설명, 사회적 학습과 기존 지식의 수정이 함께 작용합니다.
누적적 발달은 경험을 다음 행동에 사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지적 발달과 누적적 발달은 어떻게 다른가요?
인지적 발달의 중심 질문은 “아이가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반면 누적적 발달의 중심 질문은 “아이가 이해한 내용을 다음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인지적 발달이 비교하기, 기억하기, 추론하기, 문제를 해결하기 등을 위한 능력이라면, 누적적 발달은 그 능력을 이용해 과거의 경험과 현재 상황을 연결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정답을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실에서는 “친구에게 빌려 달라고 말해야 한다”고 대답하면서도 교실에서는 장난감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규칙을 이해하지 못 했다기 보다 치료실에서 배운 규칙을 실제 상황으로 옮기는 일반화와 누적의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왜 두 가지 능력이 함께 발달해야 할까요?
- 인지적 발달만 이루어진 경우
아이는 문제의 정답을 맞히고 규칙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과거 경험을 떠올리지 못하거나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배운 행동을 사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아이는 알고 있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 누적적 경험만 반복된 경우
익숙한 장소와 일정한 상황에서는 행동을 수행하지만,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어려움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상 같은 편의점에서는 물건을 살 수 있지만, 다른 가게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수 있습니다. 행동의 원리를 이해하기보다 특정 순서를 외웠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아이는 할 수 있지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 두 발달이 함께 이루어진 경우
아이는 상황을 이해하고,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통된 규칙을 찾아 현재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행동의 결과를 확인한 뒤 다음에는 방법을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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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이의 실제 발달은 다음과 같은 순환으로 이루어집니다.
경험하기-이해하기-언어로 정리하기-규칙 찾기-다른 상황에 적용하기-결과를 보고 수정하기
언어는 두 발달을 연결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언어는 단순히 아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밖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언어는 사건의 순서와 원인을 정리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며, 다음 행동을 계획하도록 돕는 사고의 도구입니다.
“친구가 화났어요”라는 말에는 결과만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친구의 장난감을 갑자기 가져가서 친구가 화났어요. 다음에는 먼저 물어볼 거예요”라고 말하려면 사건 회상, 인과관계, 타인의 감정 이해, 자기 행동 평가와 미래 계획이 함께 필요합니다.
언어장애가 있는 아동에게는 언어와 실행기능의 어려움이 함께 나타날 수 있으며,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인 내적 언어는 규칙을 기억하고 행동 순서를 유지하며 목표를 조절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어치료는 낱말과 문장의 길이만 늘리는 치료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언어치료에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언어치료사는 아이가 정답을 말하는지 뿐 아니라, 배운 내용을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첫째, 실제 경험을 시간 순서대로 말하게 합니다.
“처음에 무엇을 했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어?”라고 질문하여 흩어진 장면을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합니다.
둘째, 행동과 결과를 연결합니다.
“친구는 왜 화가 났을까?”, “네가 그렇게 말하니 어떤 일이 생겼어?”와 같이 원인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돕습니다.
셋째, 경험에서 공통된 규칙을 찾게 합니다.
한 사건의 정답만 외우게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사용할 때는 먼저 물어본다”와 같은 일반적인 원리를 발견하도록 합니다.
넷째, 사람과 장소를 바꾸어 연습합니다.
치료실에서 치료사와 연습한 표현을 가정, 학교, 놀이터, 편의점 등 다양한 생활환경에서 사용하도록 연결해야 합니다.
다섯째, 결과를 다시 이야기하게 합니다.
아이가 실제로 어떤 방법을 사용했고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이야기하면서 경험이 다음 행동을 위한 지식으로 남도록 도와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정답은 아는데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규칙에 대한 인지적 이해는 이루어졌지만, 과거 경험을 떠올리고 현재 상황에 적용하며 행동을 조절하는 누적적 발달 과정이 충분히 자동화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Q.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가르치면 누적적 발달이 이루어지나요?
단순 반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 장소, 물건과 감정 상태를 바꾸어 연습하고, 경험의 원인과 결과를 언어로 정리해야 일반화가 촉진됩니다.
Q. 언어치료가 인지발달에도 도움이 되나요?
언어치료는 어휘와 문법뿐 아니라 순서화, 비교, 추론, 이야기 구성, 문제해결과 자기조절 언어를 다룰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언어치료는 인지적 이해와 경험의 누적을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무리
조지프 헨릭은 인간의 성공이 개인의 지능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배우고, 지식을 보존하고, 조금씩 개선하는 누적적 문화의 힘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아이의 발달도 마찬가지입니다.인지적 발달은 아이가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 누적적 발달은 그 이해를 실제 삶의 지혜와 행동으로 변화시킵니다. 아이가 문제의 정답을 아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그 경험에서 규칙을 찾고, 다음 상황에서 더 나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 때 언어는 진정한 삶의 도구가 됩니다.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네요. 아이가 책에서 배우는 내용과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는 많은 부모님들이 겪는 어려움 같아요.
정말 공감되는 내용이에요. 아이들이 학습한 내용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