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의하기의 발달|아이의 언어발달은 나-너-대상의 삼항적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아이는 어떻게 다른 사람과 같은 것을 바라보고, 그 대상에 대해 말을 배우기 시작할까요?
아이의 언어발달을 이해할 때 흔히 사용하는 단어의 수나 문장의 길이에 관심을 갖기 쉽습니다. 그러나 말을 배우기 훨씬 전부터 아이들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인지 능력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바로 ‘나-너-대상’을 하나로 연결하는 삼항적 관계(triadic relationship)입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공동주의(joint attention)와 관련하여 설명합니다. 공동주의는 단순히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이 하나의 대상이나 사건에 함께 관심을 두고 그 주의를 서로 공유하는 능력입니다.. 연구에서도 공동주의는 두 사람이 제3의 대상이나 사건에 주의를 함께 맞추는 능력으로 정의되며, 생후 첫해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나-너’의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의 얼굴, 목소리, 표정에 관심을 보입니다. 엄마가 웃으면 아기도 웃고, 엄마가 말을 걸면 소리를 내거나 몸을 움직이며 반응합니다.
이 시기의 관계는 주로
나 ↔ 너
라는 이항적 관계입니다.
아이는 사람과 마주 보고 감정과 행동을 주고받습니다. 이를 일차적 상호주관성(primary intersubjectivity)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초기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후 공동주의의 토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발달이 진행되면서 아이는 사람과의 관계에 외부의 사물과 사건을 연결하기 시작합니다.
생후 9개월 전후, ‘나-너-대상’이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생후 약 9개월 전후가 되면 중요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엄마가 장난감을 바라보면 아이도 엄마의 시선을 따라 장난감을 바라봅니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가 장난감을 바라보다가 엄마 얼굴을 보고, 다시 장난감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관계가
나 ↔ 너
에서
나 ↔ 너 ↔ 대상
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이를 삼항적 관계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공동주의에는 시선 따라가기, 시선 교대, 사회적 참조, 가리키기 등이 포함됩니다. 특히 생후 9~12개월 무렵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외부 대상까지 함께 연결하는 이차적 상호주관성(secondary intersubjectivity)이 뚜렷해집니다.
공동주의는 단순히 같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와 아이가 우연히 같은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공동주의가 형성된 것은 아닙니다.
공동주의에서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필요합니다.
아이가 자동차를 바라보다가 엄마를 바라보고 다시 자동차를 보는 것처럼,
“엄마도 이것을 보고 있나요?”
라는 사회적 확인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를 시선 교대(gaze alternation)라고 합니다.
따라서 공동주의의 핵심은 눈맞춤 자체도, 손가락 가리키기 자체도 아닙니다. 핵심은 자신의 주의와 다른 사람의 주의를 하나의 대상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저것 주세요”에서 “엄마, 저것 봐요”로
가리키기도 발달적으로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과자를 가리키며 엄마를 바라봅니다.
“저것 주세요.”
라는 요구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한 아이가 비행기를 가리킨 뒤 엄마 얼굴을 바라봅니다.
이번에는 비행기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도 이것 좀 봐요.”
라는 의미입니다.
후자의 행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가 물건을 얻으려고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관심과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인간의 의사소통이 단순한 요구를 넘어 경험의 공유로 발전합니다.
‘나-너-대상’의 관계는 왜 언어발달에 중요할까요?
엄마가 자동차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자동차다.”
아이가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면 ‘자동차’라는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와 아이가 자동차를 함께 바라보고 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아이 ↔ 엄마 ↔ 자동차
라는 공동주의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자동차”
라는 말이 들립니다.
아이는 훨씬 쉽게 말과 대상의 관계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동주의와 시선 따라가기 능력은 이후 어휘발달과 관련되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어 왔습니다. 공동주의가 형성되면 아이는 성인이 지금 어떤 대상을 말하고 있는지 추론하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동주의 하나만으로 언어발달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아동의 지속적 주의와 상호작용의 질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언어가 발달하면 ‘대상’은 눈앞에서 사라져도 됩니다
삼항적 관계의 더 놀라운 발달은 그 다음부터 시작됩니다.
어린아이에게 처음에는 실제 장난감이 필요합니다.
아이 — 엄마 — 공
그러나 언어가 발달하면 눈앞에 공이 없어도 됩니다.
“어제 공원에서 공 가지고 놀았지?”
라고 말하면 아이와 엄마는 어제의 사건을 함께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제 삼항 관계의 세 번째 자리에 실제 물체 대신 기억이 들어갑니다.
조금 더 성장하면
아이 — 엄마 — 내일 갈 동물원
처럼 미래의 사건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더 발달하면
나 — 너 — 친구의 마음
나 — 너 — 약속
나 — 너 — 꿈과 미래
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추상적인 개념까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언어는 공동주의의 대상을 현재의 물리적 세계에서 과거·미래·상상·감정·생각의 세계로 확장시키는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어치료에서는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요?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를 볼 때 “몇 단어를 말하는가?”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 다른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는지
-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 치료사나 부모를 바라보는지
-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하는지
- 가리킨 뒤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하는지
- 한 대상에 대한 관심과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지
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 언어치료도 단순히 그림카드를 보여 주며 단어를 반복시키는 활동에 머물기보다, 아이와 치료사가 같은 대상에 관심을 갖고, 서로의 반응을 확인하고, 그 경험에 말을 붙이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언어는 ‘함께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언어발달을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알고 문장을 길게 말하는 과정으로만 보면 중요한 출발점을 놓칠 수 있습니다.
언어 이전에는 먼저
나와 다른 사람이 있고,
우리가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있으며,
그 경험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발견
이 필요합니다.
‘나-너’의 관계가 ‘나-너-대상’으로 확장되고, 다시 ‘나-너-공유된 생각’으로 발전하는 과정.
이것이 공동주의 발달이며, 인간의 언어와 대화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사회적 토대입니다.
아이의 언어발달을 돕는다는 것은 어쩌면 말을 많이 가르치는 것보다 먼저 “너와 내가 지금 이것을 함께 보고 있다”는 경험을 충분히 만들어 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