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언스와 대구 언어치료|발달장애 아동은 왜 자신의 감정을 말하기 어려울까요?

이럴 때 중요한 질문은 “이 아이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가?”가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것을 알아차리고 의미를 붙여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바로 센티언스(sentience)​입니다.

센티언스는 쉽게 말하면 ‘무언가가 나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경험하는 능력’​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것과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다릅니다. 뜨거운 물체를 만졌을 때 온도가 높다는 정보를 처리하는 것과 “뜨겁다”, “아프다”, “손을 떼고 싶다”고 느끼는 것은 같은 과정이 아닙니다.

센티언스의 핵심은 바로 나에게 어떻게 느껴지는가’라는 주관적 경험​에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발달장애 아동은 자신의 감각이나 정서 경험을 일반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불편함이 표정이나 말보다 소리 지르기, 회피, 반복행동, 몸 움직임, 자리 이탈과 같은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작은 소리에 매우 민감하면서도 배고픔이나 피로는 늦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또 몸이 긴장되는 느낌은 강하게 경험하지만 그것이 ‘불안’이라는 사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마나 강하게 느끼는가 보다 자신의 경험을 얼마나 알아차리고, 구별하고,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가​입니다.

우리는 흔히 다음 과정을 하나로 생각합니다.

<느낀다 → 안다 → 말한다>

하지만 실제 과정은 훨씬 복잡합니다.

<느낀다 → 알아차린다 → 구별한다 → 원인을 이해한다 → 의미를 붙인다 → 적절한 단어를 찾는다 → 다른 사람에게 표현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치료 중 갑자기 책상을 밀고 소리를 질렀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겉으로는 ‘화가 났다’고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소음이 너무 컸거나, 옷의 촉감이 불편했거나, 과제가 어려웠거나, 배가 고팠거나, 다른 사람이 너무 가까이 다가온 것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이미 ‘불편하다’는 경험이 존재하지만,

“소리가 너무 커서 힘들어요.”

“문제가 어려워서 답답해요.”

“친구가 가까이 와서 싫었어요.”

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또 다른 언어능력이 필요합니다.

감정카드는 유용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웃는 얼굴을 보고 ‘기쁨’, 우는 얼굴을 보고 ‘슬픔’을 맞히는 것은 감정 단어를 아는 능력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실제 경험을 그 단어와 연결하는 것은 다른 능력입니다.

따라서 언어치료에서는 실제 경험과 언어를 연결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치료사는

“아까 큰 소리가 나니까 귀를 막았네.”

“몸이 어떻게 느껴졌어?”

“친구가 가까이 오니까 뒤로 갔네. 불편했어?”

와 같이 아이의 행동과 몸의 변화를 언어로 연결해 줄 수 있습니다.

언어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감정어휘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실제 경험과 단어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자동차를 보다가 치료사를 바라보고 다시 자동차를 바라본다면 자신의 관심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관계가

나-대상

에서

나-너-대상

으로 확장됩니다.

이것이 공동주의(joint attention)와 삼항적 관계의 핵심입니다.

이때 치료사가 자동차가 빠르게 움직이는 순간 “우와, 빠르다!”라고 말하면 아이가 경험하고 있는 사건과 언어가 하나로 연결됩니다.

언어는 더 이상 외워야 하는 단어가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이 함께 경험하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의미 있는 기호가 됩니다.

언어치료에서는 아이의 행동만 보고 즉시 수정하려 하기보다 그 행동 이전에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오늘 기분이 어때?”처럼 추상적인 질문이 어려운 아이라면 “귀가 아팠어?”, “몸이 답답했어?”, “기다릴 때 힘들었어?”처럼 구체적인 경험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관심도 중요합니다. 치료사가 준비한 자료에 아이를 끌어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이미 관심을 보이는 대상에 치료사가 함께 참여하면서 공동주의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말뿐만 아니라 시선, 표정, 몸의 움직임, 제스처, 그림, AAC, 발성, 거리 조절 역시 중요한 의사소통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발달장애 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많은 단어를 외우는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각과 정서 경험을

느끼고
→ 알아차리고
→ 구별하고
→ 의미를 이해하고
→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 언어로 표현하도록

그 사이의 연결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언어치료에서 연결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사물과 단어만이 아닙니다.

느낌과 언어, 아이와 타인, 경험과 의미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달장애 아동에게 부족한 것이 반드시 ‘느끼는 마음’인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언어치료사는 아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경험을 이해하고, 그 경험이 의미가 되고 다른 사람과 공유되며 마침내 언어로 표현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Q. 발달장애 아동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나요?

그렇게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감정이나 감각 경험은 존재하지만 이를 알아차리고 구별하거나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보일 수 있습니다.

Q. 감정 단어를 많이 가르치면 감정 표현이 좋아질까요?

감정어휘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실제 경험과 감정 단어를 연결하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Q. 언어치료에서 감정 표현은 왜 중요할까요?

자신의 불편함, 긴장, 즐거움, 두려움 등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행동 대신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공동주의는 언어발달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아이와 상대방이 하나의 대상이나 사건에 함께 관심을 기울이면 그 공유된 경험에 단어와 의미를 연결하기 쉬워집니다. 이러한 ‘나-너-대상’의 삼항적 관계는 언어발달의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