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언어치료|지능과 언어는 어떤 순서로 발달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언어는 단어와 문장을 외우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아이는 먼저 좋고 싫음을 몸으로 표현하고, 자신의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눈앞에 없는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다른 사람과 관심을 나누는 과정을 차례로 거친 뒤에야 비로소 말을 하게 됩니다. 즉 언어는 지능이라는 더 큰 뿌리에서 가장 나중에 피어나는 꽃에 가깝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맥스 베넷의 《지능의 기원》이었습니다. 그는 인간의 지능이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것이 아니라, 생명체가 수억 년에 걸쳐 좋은 것을 향해 움직이고, 시행착오로 배우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고, 다른 개체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하나씩 쌓아 올린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능력이 축적된 끝에서야 언어가 등장했다고 말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 언어와 지능을 키워가는 과정도 이와 비슷한 순서를 따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한 아이의 발달이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학에서 언어발달을 가르치고, 이후 병원과 아동발달센터에서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 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지능을 이루는 여러 기능이 일정한 기초 위에서 순서대로 복잡해진다는 점만큼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왜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표현할까요?

아기는 말을 배우기 훨씬 전부터 배가 고프면 울고, 편안한 목소리가 들리면 몸을 그쪽으로 돌리고, 불편한 자극은 피하려고 합니다. 이것을 단순한 반사행동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신의 상태에 따라 환경에 반응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초보적인 의사결정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언어발달의 출발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에게 원하는 것, 피하고 싶은 것,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의사소통할 이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치료실에서 아이를 처음 만나면 단어나 문장을 가르치기 전에 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요구하고 싶어 하는지부터 관찰합니다.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 낱말만 반복시키면 아이는 소리는 낼 수 있어도 그것을 사용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옹알이에 반응해 주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아이는 소리를 냈을 때 부모가 자신을 바라보고, 손을 뻗었을 때 원하는 물건을 건네받으면서 자신의 행동이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하나씩 배워갑니다. “내가 행동하면 상대가 반응한다”는 이 단순한 경험이 사실은 의사소통의 핵심입니다. 아기의 옹알이에 양육자가 즉각적으로 반응해 줄 때, 아기는 그 반응을 바탕으로 새로운 발성을 시도하고 다듬어 갑니다.

말이 늦은 아이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도 무조건적인 반복 훈련이 아닙니다.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시선, 몸짓, 소리를 의미 있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즉각적으로 반응해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20년 가까이 대학에서, 그리고 임상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확인한 것은, 이런 성공 경험이 쌓인 아이일수록 더 분명한 몸짓과 낱말을 스스로 사용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상징놀이는 언어와 어떻게 연결될까요?

언어는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상징체계입니다. 아이가 블록을 자동차라고 생각하며 놀거나, 빈 컵으로 마시는 흉내를 낸다면 이는 실제 사물과 머릿속 표상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실제로 18개월과 24개월 영아와 양육자의 놀이를 관찰한 연구에서도, 상징놀이가 활발할수록 더 풍부한 의사소통이 오가며 언어습득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놀이 방식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아이라면, 문장부터 가르치기보다 사물의 기능을 다양하게 확장해 보고 역할놀이나 사건이 있는 놀이를 경험시키는 쪽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공동주의가 부족한 아이에게는 무엇이 먼저일까요?

아이는 부모가 바라보는 곳을 함께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물건을 확인하면서 ‘사람과 사물과 나’를 하나로 연결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동주의입니다.

영아기의 시선 따라가기와 가리키기 행동은 이후 어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아이는 공동주의를 통해 어른이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채고, 나아가 상대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원하는지 추론하는 능력까지 키워갑니다.

공동주의가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은 아이에게 그림카드를 보여주며 단어만 반복시키면, 언어가 실제 관계 속에서 사용되기 어렵습니다. 함께 보고, 기다리고, 주고받으며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경험이 먼저 채워져야 합니다.

언어는 결국 아이에게 어떤 힘이 될까요?

언어가 자리를 잡으면 아이는 더 이상 지금 이 순간의 요구를 표현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지나간 일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감정을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서 화가 났어요”라는 한 문장 안에는 사건, 원인, 타인의 행동, 자신의 감정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언어는 이렇게 경험을 이야기의 구조로 정리하고, 순간의 충동을 생각과 계획으로 바꾸어주는 도구가 됩니다.

말이 늦은 아이, 무엇부터 살펴야 할까요?

아이의 언어발달은 단어의 개수나 문장의 길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의사소통 동기, 행동과 결과에 대한 이해, 상징놀이, 공동주의, 마음 이해, 기억과 이야기 구성 능력이 서로 맞물리면서 지능과 언어가 함께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구에서 언어치료 기관을 찾으실 때도 언어발달 수준 하나만 확인하기보다, 아이가 사람과 관심을 나눌 수 있는지, 놀이를 스스로 확장해 나가는지, 자신의 경험을 기억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까지 폭넓게 살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지난 시간 동안 대학 강단에서 이론을 가르치고, 병원과 아동발달센터에서 직접 아이들을 만나며 제가 확인한 것은 한 가지입니다. 언어치료는 단어와 문장을 익히는 훈련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며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계획할 수 있도록, 지능의 기초를 한 단계씩 함께 세워가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