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언어치료 | 엉뚱한 이야기를 덧붙이는 ADHD 아이의 확산적 사고 다루는 법

ADHD 아이의 언어를 중재하다 보면, 책을 읽는 중간에 엉뚱한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그림 한 장을 보고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확장하는 아이를 보게 됩니다. 얼핏 보면 “주의가 산만하다” 거나 “과제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표현이 독특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로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습을 단순히 ‘엉뚱한 말’이나 ‘과제이탈’로만 보아야 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ADHD 아이에게 나타나는 이러한 언어적 특성 가운데 일부는 하나의 생각에서 여러 가능성을 떠올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을 확장하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의 관점에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확산적 사고란 무엇일까요?

확산적 사고란 하나의 문제에서 정답 하나만 찾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떠올리고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유창성,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는 ​융통성, 다른 사람이 쉽게 떠올리지 않는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는 ​독창성 등이 확산적 사고의 중요한 요소로 설명됩니다.

예를 들어 책에 “강아지가 공을 물고 왔어요.”라고 쓰여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강아지가 공 대신 냉장고를 물고 왔어요. 냉장고 문이 열려서 아이스크림이 쏟아지고 강아지가 미끄러졌어요.” 라고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정확하게 읽는 것이 목표인 상황에서는 분명 책의 내용에서 벗어난 행동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원래 문장을 출발점으로 전혀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는 단순한 읽기 오류라고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실제로 ADHD와 창의성에 관한 연구를 보면 ADHD 특성을 가진 아이들 가운데는 한 가지 생각에 머무르기보다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며, 독특한 생각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를 근거로 “ADHD 아이는 창의성이 높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ADHD 아동과 일반 아동의 창의성 차이가 뚜렷하지 않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오히려 낮게 나타난 연구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DHD=창의성’이라고 보기보다는 일부 ADHD 아이에게 아이디어를 빠르게 생성하고 확장하는 능력이 하나의 강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렇다면 언어치료에서는 왜 문제가 될까요?

확산적 사고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생각을 자유롭게 확장해야 할 때와 멈추어야 할 때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책을 정확하게 읽어야 하는 시간에도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치료사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떠오른 이야기를 길게 말하거나,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다른 화제로 계속 이동한다면 언어치료에서는 화제 유지, 반응 억제, 자기조절의 어려움​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는 아이에게 생각을 적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과정을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디어 생성 → 잠시 멈추기 → 지금 상황 판단하기 → 필요한 생각 선택하기 → 적절하게 표현하기

많은 생각을 떠올리는 능력은 그대로 살리면서, 그중에서 지금 필요한 생각을 선택하는 능력을 함께 길러 주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읽기”와 “마음대로 말하기”를 구분해 주세요

대구 언어치료 현장에서 ADHD 아이를 지도할 때 중요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두 가지 언어 사용 상황을 분명하게 구분해 주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작가의 말 시간’​입니다.

“지금은 작가가 쓴 말만 정확하게 읽어 보자.”

이 시간에는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잠시 보류하는 연습을 합니다.

두 번째는 ‘내가 작가가 되는 시간’​입니다.

“이제 네가 작가야. 마음대로 이야기를 바꿔 봐.”
“이번에는 제일 웃기는 이야기로 만들어 보자.”

이때는 오히려 치료사가 아이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그것보다 더 엉뚱하게 만들 수도 있을까?”

“이번에는 선생님을 재미있게 해 봐.”

아이와 함께 깔깔 웃으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훌륭한 언어치료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활동에는 어휘 인출, 문장 구성, 이야기 생성, 인과관계 이해, 추론, 대화 차례 지키기, 상대방의 반응 살피기​와 같은 다양한 언어능력이 자연스럽게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창의성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 능력’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던 아이에게 “좋아, 재미있는 이야기 시간 끝! 이제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라고 했을 때 다시 책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면, 아이는 매우 중요한 능력을 연습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상태와 과제에 집중하는 상태를 전환하는 능력입니다.

따라서 언어치료 활동을 정확하게 읽기 →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 다시 과제로 돌아오기와 같은 구조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히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과 말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언어적 자기조절 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입니다.

ADHD 아이의 엉뚱한 말을 모두 고쳐야 할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의 말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아이가 생각의 흐름 없이 화제를 계속 바꾸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확장해 가는 것인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화제를 유지하고 떠오르는 말을 조절하는 능력을 지도해야 합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아이가 가진 풍부한 언어적 표현력과 창의적인 사고의 강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ADHD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엉뚱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아닙니다. 떠오른 많은 생각 가운데 지금 상황에 필요한 생각을 선택하고, 적절한 때와 방법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입니다.

언어치료는 아이의 부족한 부분만 교정하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견하고, 그 강점을 보다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과 자기조절 능력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ADHD 아이가 만들어 내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의성은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돕고, 그것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가르쳐 주는 것. 이것이 언어치료 현장에서 ADHD 아이의 확산적 사고를 이해하고 지도하는 데 중요한 원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