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과 마비말장애, 어떻게 다를까요?
뇌졸중이나 외상성 뇌손상, 뇌종양 또는 신경계 질환 이후 말을 잘하지 못하게 되면 모두 같은 언어장애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원인은 다양하며, 대표적으로 실어증과 마비말장애가 있습니다.
실어증은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에 어려움이 생기는 언어장애이고, 마비말장애는 말을 만드는 데 필요한 근육의 힘과 움직임을 조절하기 어려운 말운동장애입니다. 두 장애는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이지만 뇌졸중이나 뇌손상 이후 함께 나타나기도 하므로 정확한 감별평가가 중요합니다.
실어증이란 무엇일까요?
실어증은 뇌의 언어 관련 영역이 손상되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언어 능력이 저하된 상태입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뇌졸중이며, 외상성 뇌손상, 뇌종양, 뇌 감염과 진행성 신경계 질환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어증은 말하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낱말 찾기, 문장 만들기, 읽기와 쓰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어증이 있는 사람은 말하고 싶은 대상의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거나, 의도한 것과 다른 낱말을 말할 수 있습니다. 짧은 낱말만 사용하여 힘들게 말하기도 하고, 문장을 유창하게 말하지만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질문이나 긴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읽거나 글을 쓰는 과정에서도 오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어증은 지능이 낮아지거나 생각이 없어지는 상태와는 다릅니다.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이를 적절한 낱말과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말을 재촉하거나 아동을 대하듯 지나치게 단순하게 말하기보다, 성인으로서 존중하며 충분한 반응 시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마비말장애란 무엇일까요?
마비말장애는 뇌와 신경계의 손상으로 인해 말하기에 필요한 호흡기관, 성대, 혀, 입술, 턱과 연구개 근육의 힘·속도·범위·협응을 조절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파킨슨병, 소뇌질환, 뇌성마비, 다발성경화증과 근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비말장애가 있는 사람은 발음이 불분명하고 말속도가 지나치게 느리거나 빨라질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작고 약하거나 쉬어 들리고, 쥐어짜는 듯한 음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말의 높낮이와 강약 변화가 부족해 단조롭게 들리거나, 호흡이 짧아 한 번에 긴 문장을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연구개 근육의 움직임이 약해지면 소리가 코로 많이 울리는 과다비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마비말장애에서는 언어를 이해하거나 낱말을 선택하는 능력이 비교적 유지되어 있더라도, 선택한 낱말을 정확하고 분명한 말소리로 산출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말운동기관이 정확하게 움직이지 않아 발음이 흐려지는 것입니다.
실어증과 마비말장애의 차이
두 장애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어려움이 나타나는 영역입니다.
실어증에서는 낱말을 떠올리고 문장을 구성하며, 말을 이해하고 읽고 쓰는 언어처리 과정에 어려움이 나타납니다. 반면 마비말장애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낱말을 알고 있지만 호흡, 발성, 공명, 조음과 운율을 조절하는 말운동 과정에 어려움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사과 그림을 보고도 이름이 떠오르지 않거나 “배”, “먹는 것”처럼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실어증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사과’라는 낱말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혀와 입술의 움직임이 부정확해 알아듣기 어렵게 발음한다면 마비말장애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임상에서는 두 장애가 분명하게 나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뇌졸중이나 넓은 범위의 뇌손상 이후 실어증과 마비말장애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으며, 말운동 계획에 어려움을 보이는 말실행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겉으로 보이는 몇 가지 증상만으로 장애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실어증 평가에서는 이름대기, 청각적 이해, 따라 말하기, 문장 표현, 읽기와 쓰기 능력을 살펴봅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 몸짓·그림·글자와 같은 다른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지도 함께 평가합니다.
마비말장애 평가에서는 호흡, 발성, 공명, 조음, 말속도와 운율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혀와 입술, 턱과 연구개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목소리의 크기와 음질, 발음의 정확성, 말의 명료도와 일상생활에서의 의사소통 능력을 확인합니다. 신경학적 원인과 전반적인 신체 상태를 고려하기 위해 의료진과의 협력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언어재활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실어증 재활은 낱말 인출, 문장 이해와 표현, 읽기와 쓰기, 대화 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손상된 언어 능력의 회복을 돕는 활동과 함께 몸짓, 그림, 글자판, 휴대전화 등 남아 있는 능력을 활용하여 의사소통을 보완하는 방법도 사용합니다.
마비말장애 재활은 개인의 신경학적 상태에 따라 호흡과 발성의 협응, 목소리의 크기, 혀와 입술 움직임, 발음의 정확성, 말속도와 운율을 조절하는 활동으로 이루어집니다. 말의 명료도가 매우 낮은 경우에는 글자판, 의사소통 그림판, 태블릿이나 음성출력기기와 같은 보완대체의사소통 수단을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활의 목표는 검사 점수를 높이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가족과 대화하기, 전화하기, 물건 주문하기, 병원에서 증상을 설명하기 등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고 사회적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실어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짧고 분명한 문장으로 말하고, 한 번에 하나의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답을 재촉하지 말고 충분히 기다리며, 필요하면 사진·글자·몸짓을 함께 활용합니다. 잘못된 표현을 계속 지적하기보다 전달하려는 의미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마비말장애가 있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소음이 적은 환경을 만들고 얼굴을 바라보며 듣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알아듣지 못했을 때에는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말하게 하기보다 “장소에 관한 말인가요?”, “첫소리가 무엇인가요?”처럼 범위를 좁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대구아동발달센터 부설 언어치료연구소는 실어증과 마비말장애의 평가 원리, 근거기반 재활 방법, 가족의 의사소통 전략과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공유하겠습니다. 환자와 가족, 언어재활사와 관련 전공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의사소통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요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자료이며 개인의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말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어려워진 경우에는 뇌졸중 등의 응급질환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