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늦지만 말귀는 잘 알아들어요

표현언어지연의 특징과 부모가 살펴보아야 할 점

이처럼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은 비교적 적절하지만,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또래보다 늦은 상태​를 표현언어지연이라고 합니다. 후기 언어출현 아동은 표현언어만 늦을 수도 있고, 이해언어와 표현언어가 함께 늦을 수도 있습니다. 표현만 늦은 아동은 낱말 습득이 더디고 문장 구성과 말소리 발달도 늦어질 수 있습니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주변 상황을 보고 눈치껏 행동하는 것과 다릅니다. 상황에 대한 단서가 없어도 익숙한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이해하고, 간단한 지시를 수행하며, 질문에 맞는 대상이나 그림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이 여러 개 놓여 있을 때 “자동차를 인형 옆에 놓아 줘”라는 말을 이해하거나, 그림책을 보며 “강아지는 어디 있어?”라는 질문에 알맞은 그림을 가리키는 행동은 이해언어 능력을 보여줍니다. 24개월 무렵에는 질문을 듣고 책 속 대상을 가리키고, 두 개 이상의 신체 부위를 찾으며, 두 낱말을 연결하여 말하는 능력 등이 주요 발달 신호로 제시됩니다.

표현언어지연 아동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표현언어지연 아동은 부모의 말을 잘 이해하면서도 사용하는 낱말의 수가 적고, 알고 있는 낱말을 필요한 순간에 말로 꺼내는 데 어려움을 보일 수 있습니다. “물”, “엄마”, “차”와 같은 한 낱말 표현은 하지만 “물 줘”, “엄마 가”, “차 타”처럼 낱말을 연결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말 대신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부모의 손을 끌어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질문을 받으면 말보다 행동으로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사물의 이름을 물으면 말하지 않지만 “공 가져와”라고 하면 정확하게 수행하는 모습도 나타납니다.

그러나 아이가 상황을 보고 행동하는 것인지, 실제로 문장을 이해하는 것인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매일 신발을 신는 시간에 “신발 가져와”라고 했을 때 수행하는 것은 생활 순서를 기억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상황에서 새로운 지시를 이해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귀를 잘 알아들으면 기다려도 될까요?

이해언어가 비교적 양호하고 몸짓을 다양하게 사용하며, 사람과 관심을 공유하고, 새로운 낱말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ASHA는 이해언어와 표현언어가 모두 늦은 아동이 표현언어만 늦은 아동보다 언어 문제가 지속될 위험이 더 크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이후 또래를 따라잡는 아동은 몸짓을 더 활발하게 사용하고 이해언어의 어려움이 적은 경향을 보입니다.

그렇다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기다려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일부 아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또래 수준에 도달하지만, 다른 아동은 낱말 찾기, 문장 구성, 문법, 이야기하기와 읽기·쓰기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발달성 언어장애 아동도 어린 시기에 말이 늦었다는 이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평가를 고려해야 하는 신호

다음과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면 표현언어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 24개월 전후에도 사용하는 낱말이 매우 적습니다.
  • “엄마 와”, “물 줘”와 같은 두 낱말 조합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 새로운 낱말이 몇 달 동안 거의 늘지 않습니다.
  • 말보다 울음, 소리 지르기 또는 손 끌기로만 요구합니다.
  • 같은 또래와 비교하여 말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현저히 적습니다.
  • 말소리를 따라 하거나 새로운 낱말을 모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 표현의 어려움 때문에 자주 화를 내거나 의사소통을 포기합니다.
  • 이전에 사용하던 낱말이나 의사소통 행동이 줄어듭니다.

언어평가에서는 낱말의 개수만 확인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 몸짓과 눈맞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의사소통 의도가 있는지, 모방과 놀이가 어떻게 발달하고 있는지, 말소리를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청력의 어려움도 언어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필요하면 청력검사를 포함해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아이에게 “이게 뭐야?”, “따라 말해 봐”라고 반복해서 요구하기보다 아이가 바라보거나 만지는 대상에 짧은 말을 붙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자동차를 가리키면 “자동차”, “자동차 간다”라고 말하고, 아이가 “물”이라고 하면 “물 줘”, “물 마셔”처럼 한 단계 긴 표현으로 확장해 줍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부모가 바로 해결해 주기보다 눈빛, 몸짓, 소리 또는 낱말로 표현할 시간을 잠시 기다려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말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의사소통 의도를 먼저 인정하고, 올바른 표현을 자연스럽게 다시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표현언어지연 아동에게는 부모가 일상에서 언어를 촉진하는 방법을 배우는 부모 중심 중재와 아동의 어휘·문장 발달을 돕는 조기 지원이 권고됩니다.

잘 알아듣는 능력을 말로 연결해 주어야 합니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것은 언어발달에서 중요한 강점입니다. 그러나 이해한 내용을 낱말과 문장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별도로 발달시켜야 합니다. 막연히 말문이 트이기를 기다리기보다 아이의 낱말이 꾸준히 증가하는지, 두 낱말을 연결하는지, 다양한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말하려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조기에 평가받는 것은 아이를 장애로 규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현재 아이가 잘하는 것과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이해하고 있는 언어가 자연스럽게 말로 이어지도록 적절한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